홀씨이야기2013. 9. 8. 19:20

평소에 노래라고는 잘 안부르시는 엄마가 계십니다.

어느 날 문득 이노래를 부르시네요.

아주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였습니다.



"청추운을 돌려다아오~ 

...

청춘아~ 내청춘아~ 어델갔았느으냐~..."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나지막히 들려오더군요. 

처음엔 tv에서 나는 소린가 했지요.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노래소리인지 처음엔 알수가 없을 정도로 작고 가는 소리 였지요.

설겆이를 멈추고 계속 들었습니다.

그리고 거실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시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비니(이름도 몰랐습니다. 두건처럼 눌러쓴 모자라네요.)를 머리에 쓰시고, 그 사이로 삐져나온 헝클어진 흰머리...

까맣게 그을리고 주름진 얼굴...

스웨터에 군에간 손자가 어버이날에 꽂으시라던 브로찌 카네이션 그걸 몇달째 하고 계시네요.

가는 손목에 쪼그라든 손가죽이며 굵어진 손마디...시선은 멍하니 앞을 보시는 듯 힘이 없어 보이데요... 

 

그리고  뒷짐지고 멀리 창밖을 보고 계시는 아버지...

이 광경이 한 눈에 들어 왔습니다.



"청춘아~ 내청춘아~어델갔았느으냐~..."



순간 눈물이 왈깍 쏟아지더이다.

엄마도 청춘이 있으셨겠지...

엄마도 젊을 때가 있으셨겠지...

엄마는 항상 엄마셨는데...

안 늙는 줄 알았는데...

이제 팔순 연세가 되셨구나...

왜이리 말랐을까...

완전 쭈그렁탱이가 되었네...



"청춘아~ 내청춘아~어델갔았느으냐~..."



이 부분만 아주 나지막히 몇번이 반복되었던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계속 바라 볼수가 없어서 

씽크대에서 한참을 소리없이 울었습니다.



엄마 엄마 울엄마...엄마...청춘...젊음...세월...농사...자식...자식...



설암이 걸리셔서 처음엔 물한모금도 못 넘기셨죠.

 

이제 근 일년을 고생하시다 완치를 앞두고 딸집에를 기억에 없을 정도로 오랜만에 오셨네요. 

사위 불편해한다... 안갈란다... 그사람 있어도 된다... 먹는 것도 힘들고 내말 좀 들으세요...



옥신각신 끝에 오셨었죠.

오남매 농사지어 키우시느라 본인이 가졌을 세월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지...

생각해보니 부모님과의 추억이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조금 살만하다고 우리 아이들과의 추억꺼리는 조금은 있는것 같은데, 부모님과는 기억이 없을 정도네요...

한번...두번...회먹고 동해갔었지...이게 다야???...



설겆이가 끝나고 거실에 엄마 옆에 앉았네요.

엄마...엄마..아버지도 이쪽으로 오세요...

눈물이 맺힌듯 퀭한 엄마 눈을 보는 순간 또 눈물이 왈칵 쏟아지네요...

야야 와이카노...

엄마 손 붙잡고...

아무말도 할수 없었고, 할말도 없었습니다.

 한참으로그렇게 있었네요.



한 말씀 드렸던것 같네요.



이제 좀 맛있는 것도 사드시고,

하고싶은거 좀하고 사세요...



이제 다 안살았나...우리는 느그들 요렇게 이쁘게 잘살마 된다...인자 우리집에 갈란다...

어깨.. 등을 쓰다듬어 주시는 엄마의 손이 이렇게 컷을까요...



일주일만에 이제 시골에 가 계시네요.

텃밭에 각종 채소를 가꾸며 우리집이 최고다 하십니다.



엄마...아버지...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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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링스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