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씨이야기2009. 4. 23. 18:11

늦은 오후 친구 녀석들은 오랜만에 갈비식당으로 모여들었다.

그가 도착했을때는 이미 술이 한배 돌고 난 후였고, 으례 그렇듯 반갑게 인사와 악수 후 그도 한자리를 차고 앉았다.

오랜만이네..,건배 함하자...니들은 서울서 온다고 고생했데이...”

멀리 서울서 온 친구가 넷씩이나 있었다.

가까이 있는 친구들도 가까이 있다고 하지만 사는 것이 매 한가지라 그냥 잘 지내겠거니 하고 꼭 행사를 만들어야 이렇게 모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무척 반가워 했다. 서울서 힘들게 내려온 여자친구들도 있어서 함께 하는 자리가 더 좋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잠시후에 몇명의 친구들이 또 모여들었다. 사실은 그들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20년이 지난 시간 동안 이렇게도 변하는구나하고 실감을 할 정도로 누가 누군지도 못 알아볼 지경이었으니...오죽하랴. 그의 짝꿍이었다고 하는 친구는 완전 귀부인이 되어 나타난 것 같았다. 그래도 다른 친구들은 사진으로나마 볼수가 있었던터라 그것이 화장발인지 아니면 성형수술이라도 했는지 나름 생각을 해볼 틈이라도 있었으련만...어떤 친구는 이름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정도였고, 높임말을 하고 그랬을 정도였으니.

어쨌거나 그들은 취기가 팍 돌 정도로 너나 할것 없이 건배 제의를 했고, “못 먹어~”하는 여자친구들에게 아줌마...그런거 없어요~” 그렇게 응수하면서 시간이 꽤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전체방송의 건배제의와 동창회를 제대로 이끌어 가보자는 얘기등이 있다가 서서히 지방방송으로 치닫을 즈음 이쯤이면 다들 알겠지만 지방방송 어디에도 못 끼이고 혼자 토닥거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한쪽에서는 육두문자가 나오는 격한 말투의 대화들이 나오는 곳도 있고, 또 한곳에서는 여전히 건배이러면서 술이 모자란다고 화이팅을 외쳐대는 무리들이 있기 마련이다. 얼마만에 보는거지? 부터해서,...,애가 몇 명인지로 돌아서,...,신랑 잘해주나...까지 완전 수다쟁이가 된 것같은 착각에 빠질세라 묻고 답하고 웃고...

그즈음 누군가 나이트클럽에 가자는 제의가 있었고 다들 하나같이 아우성을 치고 난리가 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창생들이랑 나이트에 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왜냐면 동창생들 다 해봐야 10여명 남짓했으니까...그냥 노래방에 가서 춤추고 놀아도 될 것을...그렇게 가서 무슨 부킹을 할 것도 아니고...그렇지 않은가...


한 작은 시골학교에서 그가 졸업할때 졸업생이
20명 이었으니 십여명이 한자리에 한 것이라면 대단하지 않은가. 6년간 전학가고 전학온 친구들도 있고 그들은 그 모두를 같은 친구, 동창으로 생각하고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정말 멋진 친구들이다. 그 만큼 정과 의리의 친구들이라 보면 될 듯하다. 지금은 작은 분교를 거쳐 폐교가 된지도 오래 되었지만. 어찌 되었건 제대로 된 동창회를 하는 것의 첫 출발이 된 것이고, 앞으로 2, 3회로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날따라 나이트 클럽은 자리가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원하는 룸도 없었다
. 스테이지에서 친구들이랑 춤을 춰 본 것은 처음 인것 같다. 누가 잘춘다거나 제대로 함 흔들자라든가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끄덕끄덕이다가 룸으로 옮겨갔다. 룸에서는그냥 양주에 맥주, 폭탄주에 노래방에서 노래부르는 정도, 잘 알지 않은가...가요주점?이랑 다르지 않다는 것. 나이트클럽에 온 것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엇지만, 그러나 어쩌랴...기왕 온것 열심히 흔들고 놀아야지... 그도 노래를 한곡조 했던가...평소 가끔 그런 자리에서 부르는 것이 있으니 낭만에 대하여’ ...실연의 달콤함이라는 정말 아름다운 노래가 있지 않은가...


한참을 그렇게 놀았을까
...모두들 나와서 가까운 식당에서 요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새벽을 지날 즈음 하나둘 친구들은 내일 일 나가야 된다, 마누라한테 혼난다, 어디 가야된다...남은 사람은 서울서 온 친구들이랑 그. 이상하게도 미아가 된 그런 느낌이랄까? 불야성같은 나이트클럽을 나와서 큰도로변의 택시가 쌩쌩 지나가는 소리 들어본 사람들은 알지 않을까...너무 시끄러워 말하는 상대의 입에 내 귓볼을 가져가야만 소리를 들을 듯한 그런 앰프의 울림속에 있다가 나왔을 때 너무 조용해서 느껴지는 허전함이랄까, 아니면 공허함이랄까. 모두가 떠나가고 난 뒤에 혼자 남았을때의 노천강당에서의 적막감...분명 주위의 술취한 사람들 소리, 안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남녀의 실갱이 소리, 지나가는 차소리, 바람소리...많은 소리들이 있지만 어느순간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고 빠르게 카메라 앵글이 줌아웃되어가면서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그리고 갑자기 화면이 바뀌면서 전봇대 외등 가로등 밑에 서있는 모습으로 크로즈업 되는...
상상이 되는가...

그렇게 미아가 된 다섯사람은 어디랄것도 없이 가까운 곳에서 숙박을 해야했고 모텔을 찾아 들어가게 된다. 남자셋 여자둘. 그때 그는 한방에서 좀 좁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남겨진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하고 있을 때 그를 이끌고는 같이 가자~” 그렇게 말하는 그녀가 있었다. 친구끼리 자는데 방을 둘씩이나? 물론 몇시간 눈 붙일거라고 두개를 잡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등의 생각은 다섯사람 모두가 그러했던지 3명만 잔다고하고 까치발로 엘리베이터에 탔으니 말이다. 그때는 눈빛도, 약속도 필요없었고 너무 자연스러운 그냥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그들의 대화였던 것 같다.


그때가 아마 새벽
7시경은 된 것 같다. 7시를 새벽이라고 하자. 모텔에서 준비한 맥주를 준비하여 병나발을 불며 해장술을 하듯 마지막 푹퍼진 모습으로 입가심을 하고 모두 자리에 누웠다. 씻는다 옷을 벗는다는 개념이나 그럴 정신도 없었으리라. 그냥 외투만 벗어두고 엎어졌으니 말이다. 남자들은 바닥에 여자들은 침대에...그렇게...그러다가 남자하나가 얼마떨어져 있지 않은 시골에 잠시 다녀와야겠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부모님 인사라도하고 하고 가고싶다는 것이었다...그렇게 그 친구는 나가고...나머지는 서서히 잠을 취하게 된다. 너무 피곤했던 탓일까...서울에서 온 친구들은 채 5분도 되지 않아서 곯아 떨어졌고...그의 경우에도 금방 잠은 들었으나.. 특히 잠자리가 바뀌면 쉬이 잠을 자지 못하는 그의 잠 습관 때문이랄까 이내 그는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TV를 켜고 이리저리 리모컨을 돌리다가 한채널을 고정하여 한참을 멍하고 보고 있었으니 그 기분이 참 묘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일명 성인방송채널. 다들 알 것이다.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볼수가 없는 방송이지 않은가...물론 인터넷을 통해서 접해보지 못한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 경우에 말이다. 거기다 여자들도 있지 않은가. 시선이 침대로 향했다. 묘한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저쪽으로 모로누웠고 하나는 이쪽으로 돌아누워 있는데 이불을 덮지 않은채 다소곳이 누운 모습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녀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조명등만 켜져있지만. 그래서 더 묘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는지... 내 여자도 아닌 여자가 미니스커트로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본다는 것. 그것은 아마도 아주 극히 드문일이 아닌가 싶다.

30대 후분의 남녀가 모텔에서 잠을 잔단다. 동창이고, 다른 친구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에 맞기겠다.

 

옆에 가서 살짝 누웠을까? 키스를 했을까? 키스를 하는 도중 그녀가 깼을때 그가 당황해 하지는 않을까? 키스는 하지 않고 가슴위로 손이 갔을까 아니면 브래지어 안쪽으로 손을 살짝 넣었을까? 허리 뒤쪽에서부터 티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브래지어 훅으로 손이 갔을까? 그리고 그 훅을 푸는데까지 성공은 했을까? 훅을 푸는 순간 그녀가 깬다면 그냥 바로 세게 껴안고 키스를 해버릴까? 그 후에는 그가 위로 올라가서 키스를, 애무를 했을까? 그때 그녀의 표정은 어떠했을까? 가끔은 긴 숨소리와 짧은 숨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났을까? 이러면 안된다고 밀쳐내거나 아니면 손사래를 쳤을까? 그가 당당하게 그녀를 깨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어깨를 흔들어 깨우면서 !’소리를 내진 않겠지만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며 안심을 시켰을까? 그리고 그녀의 손을 이끌고 샤워장으로 갈때 순순히 그녀가 따라와줬을까? 거기서 바로 진한 키스를 했다면 그의 한손은 어디에, 나머지 한손은 어디에 있었을까? 혹 한손은 허리를 감싸안고 나머지 한손은 엉덩이를 거쳐 허벅지 뒤쪽으로 하여 그녀의 다리를 그의 쪽으로 들어올린 후 스커트안으로 넣을까? 그때의 여자의 손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의 목을 안고 있었을까 아니면 허리를 안고 있었을까??

 깨울때 왜그러냐고 그녀가 물을때 눈빛으로 속뜻을 비췄을까? 그때 그녀는 어떤 표정에 반응은 어떠 했을까? 깨우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깨더니 순간 당황하거나 놀랐을때 그때 그는 어떻게 했을까? 그녀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는 다른친구들이 깰까봐 혹여 걱정이 앞섰을까? 바로 샤워장으로 갔을까? 그때 그녀가 순순히 따라와 줬을지? 혹은 다른방으로 가자고 하지는 않았을까?

샤워장 앞 화장대 거울앞에서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의 윗옷을 벗어버릴수 있는 용기가 그와 그녀에게 있었을까? 소리내지 말아야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조심하면서 처음 잡은 자세는 어떤 자세였을까? 마주보는 자세에서 그녀의 머리가 그의 허리쯤에서 멈춰선 자세일까?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바로 그녀가 화장대로 올라가서 다리를 벌리는 자세일까? 아니면 화장대 거울을 바라보며 그가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있는 자세일까?...

어떤 자세였을까...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때의 그들의 교감은 어느 정도였을까? 20여년만에 성인이 되고 각자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었고, 처녀, 총각때처럼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탐색을 할 이유도 그럴 시간도 없지 않은가...어떤가 그가 당신이라면 그는 어떻게 했을까?

이 모든 것은 상상에 맡기겠다.

 

가장 잠을 많이 잔 그가 일어났다...그녀가 말하기를

제일 잘자네~”

그는 제대로 한번 깊이 잠들면 주위에서 업어가도 모른다는 사람이다.

샤워를 하며 자신의 벗은 몸을 보며 묘한 생각이 들었다.

방안에서는 나도벗고 들어갈께...이런 소리들이 들린다...

 

늦은 오후 아마도 1시가 넘어서 그들은 나갈 채비를 하고 모텔을 나왔다.

그리고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점심을 같이 먹자던 지난밤에 일찍 들어간 다른 친구들은 한놈도 보이지를 않는다.

봄바람이 살짝 차갑게 느껴지긴 했지만 벚꽃을 그냥 지나칠수가 없지 않은가...

벚꽃길을 산책을 한다.

그리고 귀경길 차가 막힌다는 이유로 그들은 서둘러 차을 몰았다.

그를 내려주고 가는 차안에서

~OO 넘 닮았다~잘 있어 또 보자~”

 

봄날 오랜 친구들과의 해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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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링스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