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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12 부모님의 겨울나기
  2. 2014.05.12 뉘 탓이냐 - 함석헌
홀씨이야기2014. 5. 12. 17:17

지난주에 김장겸 시골집에 가서 집안 곳곳 여러가지 봐드린다는 것이

겨울 내내 나와계신다는 말씀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적어도 다음달은 되어야 나오실 것 같은데...

 

처음에 아파트에 나와계시자는 말씀에 굉장히 반대를 하셨다.

아무래도 시골집은 우풍도 심하고 추우니 나와 계시자고

자식들이 간곡히 말씀을 드렸는데도 반대를 하셨었지.

 

난 여기가 좋다...

내 집이 제일로 편하고 좋다...

거기 가면 심심해서 못 살겠더라...

여기 있을란다......

 

지난 해 10월 말에 엄마의 설암 수술후에 자연스레 형님댁에 계시게 되었었지...

겨울을 지나고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 되어서야 두분이서 자신의 집으로 가셨었지.

 

이몸으로 어디 가실려구요!

 

오남매는 한결같이 반대를 했고...

 

이번에 또 그러시는거다..

 

또 지옥같은 생활 우찌 할꼬...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추운데 감기라도 심하게 걸리시고

연로하신 분들 갑작스럽게 병원갈 일이 있거나 하면 참 걱정이니..

나와 있자는 건데...

 

작은 아들집(홀씨집. 형님네랑은 걸어서 5분) 에도 가시고

공원에 운동도 가시고...

노인정에도 좀 가보시구요.

식사대접 한번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씀을 드렸지만

 

거기도 텃새 부리싸서 안되겠더라..

90넘은 내가...드러버서! 안간다! 나쁜넘들...

 

제가 모르는 그런게 있었구나.. 참...

나이 묵고 뭐하는 기고...진짜 드러버서...ㅎㅎ

 

.....

 

여튼 퇴근 후에 자주 찾아뵙고 식사도 같이 하고 가끔은 나들이도 가고...

늘 하시는 말씀...

 

아들(아이들) 저렇게 뛰어 다니고 노는 것 보면 거기 제일 좋다~~

 

두 분이 불편해 하시지 않고 더 즐겁게 계시게 할 수있는 방법은 또 없는 걸까...

 

또 지옥같은 생활 우찌 할꼬...

 

그 말이 지금도 머리속에 맴돌고 있다....

 

201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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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링스러브
문화 연예2014. 5. 12. 17:14

    

 

탓이냐 - 함석헌

이게 뉘 탓이냐
비단에 무늬를 놨다는 이 강산에
다섯 즈믄 겹 쌓아 솟은 바람터에 올라
보이느니 걸뜬 피뿐이요
들리느니 가슴 내려앉는 숨소리뿐이요
맡아지느니 썩어진 냄새뿐이요
그리고 따 끝에 둘린 안개 장막 저 쪽엔
무슨 괴물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건 알지도 못하고
그러다 그러다 가게 됐으니
이게 뉘 탓이냐

신선의 산이라 했다는 걸
군자국(君子國)이라 했다는 걸
예의지방(禮儀之邦)이라 했다는 걸
집엘 가도 안을 자식이 없고
길을 걸어도 손잡을 동무가 없고
오래 거리를 다 뒤타도
이야기를 들을 늙은이를 볼 수 없고
봉 사이, 물결 위에는 스스로
달 바람이 맑고 밝건만
듣고 볼 사람이 없으니
이게 뉘 탓이냐
뉘 탓이냐
어느 뉘 탓이란 말이냐
네 탓
내 탓
그렇다 이 나라에 나온 네가 탓이요
그 너 만난 내가 탓이다
무얼 하자고 여기를 나왔더냐

아니다 탓이람 그 탓이다
애당초에 그이가 탓 아니냐
무얼 한다고 삼위(三危)요 한배(太白)요
그냥 계시지 못하고 홍익(홍익)이니 이화(이화)니
부질없이 이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신단 말이냐
그 탓이다 그이가 탓이다
그 한 탓에 이 노름이다

이게 뉘 탓이냐
가없고 변저리없는 아득한 한 누리에
둘은 없는 묵숨불 탔다면서
소리를 지른 것이 목구멍에 잠기고
뛰어 본 것이 그림자 위에 되떨어지고
생각을 한 것이 살얼음 틈에 녹아나
하늘 가에 맴도는 조롱박 속에서
콩알처럼 흔들려 바사지게 됐으니
이게 뉘 탓이냐

나를 본 자아버지 본 거라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라 높다
네 자신을 알아라
하늘이 내게 속알을 주셨다
거룩하게 거듭거듭 일러는 주셨건만
불이란 불은 다 불다간 꺼졌더구나
물이란 물은 다 흘러선 흘 더구나
바람조차 불다가 불다간 돌아도 더구나
종교요 과학이요 두루 캔 뒷 끝은
싹트는 알 하나의 하품에 놀라
공든 탑보다도 말 먼저 무너져
얼굴이 파랗게 질리게 됐으니
이게 뉘 탓이란 말이냐

뉘 탓이냐고
개인 탓, 사회 탓,
물질 탓, 정신 탓,
그렇다 산 내 탓이요 있는 너 탓이다
뭐 탓다고 이 곤두박질이겠느냐
어떻다고 이 가슴 답답한 냄새겠느냐

아니야 너도 아니오 나도 아니야
제 탓이람 차라리 쉽지만
있자 해서 있는 인생이더냐
없자 해서 없는 자연이더냐
탓이람 그의 탓이다
그가 애초에 탓을 일으키셨다
말씀(뜻) 낸 것이 말썽의 탓 아니냐

영원의 두루뭉수리 그냥을 품고
늙은 암탉처럼 업디는 아버지를
무엇 하자 가만 아니 두고
그 날개를 들치고 나오셨을까
밑 모르는 캄캄 빈탕에 아로새김을 하자
열쌔고 거세게 슬프게 나서는
한 줄기 외론 따뜻한 빛
아이들은 가만 못있는 것
가만 아니 계신 아들 탓이다
그저 계시면 그저 하나이신 걸
한번 번쩍 나선 탓
위는 영원한 눈도 깜짝 못하는 쌈이
버러지니, 천지요 만물이요 역사였더라

그러나 아아
삼켜도 삼켜도 삼켜낼 길 없는 어둠을
삼키려 드는 칼날 같은 그 맘을
누가 아느냐 누가 받느냐
모든 탈의 탓의 탓의 또 탓으로
타고 탓고, 타고 탄, 또 타고 탈 그 탐

아아 그 한 맘의 끝이
쇠도 아니 드는 어둠이 맨바닥 위에
아버지 그린 얼굴을 그린다고
좇고 좇다가
한 몸이 다 탓구나
인젠 그 탓을 빛 지울 곳도 없고
번쩍 탔던 그 순간 그는
단번에 만물을 불러내어
아버지 모습을 그 모든 위에 지져 박았고
네탓, 내 탓, 육 탓, 영탓, 안 탓, 모른 탓
모든 탓이 거기 죄다 탔으니
아무 탓도 아무 탈도 아무 탄도 할 곳 없는
다만 빛의 나라뿐이로다.

 

 

Posted by 링스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