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씨이야기2015. 1. 23. 17:02

오늘 결혼 15주년 되는 날입니다.
어디 자랑할만한 세월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행중이니 한번 가보겠습니다.


아내와 캠퍼스커플로 연애 5년 후에 결혼에 골인,
지금까지 두 아이 낳고 나름 재미나게 살아가려고 하고, 또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2년 차에 큰아이 낳고 돌이 되어가던 때, 잘 나가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다니던 직장 때려치고 헛바람들어 내 업을 한답시고, 근 5년을 집에 돈 한푼 가져다주지 않고 밖으로만 돌아다녔으니 집안이 어떠했을까요...
결혼 전 악착같이 해서 번 돈으로 IMF 이듬해 집값 폭락시에 사 둔 우리의 보금자리 작은 아파트도 날렸구요.

"...집엣돈 하나 안보태고 아파트 장만했답니다.
좋은 사위 될 것같습니다..."<<<<큰동서 말씀 ㅎㅎ

그랬었는데, 그런 사정을 아셨을 때 장모님은 어떤 심정이셨을까요...

그래도 언제나처럼
자네 왔는가...
그런 분이시지요...

살던 집 팔고 처음으로 남의 집에 월세들어갈 때 5년 터울 둘째가 뱃속에 있었습니다.
그때 아내의 심정은 또 어떠했을까요...

그 후에도 가시지 않았던 헛바람...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돈잃고 사람잃고...
정말 가진 것 없어지니 친구들마저 소원해지는 그런 힘든 나날들이었지요...

나란 놈의 능력은 여기까지구나...
나름 명문고출신 잘나가는 친구들...
가끔 언론에서 친구들 인사 동정을 볼때면 지금도 일말의 자존심은 있는지 볼 면목이 없어서... 고교 동창회에 갈 수가 없더군요...

그렇게 위축되고 삶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때 쯤 자연스럽게

'이제 다...접을까...'

하지만 그것도 쉬운 것이 아니더군요.

그렇게 세 달 가까이를 집안에 틀어박혀 허송세월 보내다가 뭐라도 해야겠다고 다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여기 회사에서 나름 인정받으며 따뜻한 커피 한 잔하면서 웃을 수 있나 봅니다.

그 당시 힘든 순간에도 아내는 남편을 원망하거나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았던 정말 정숙하고 현명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겠지요...

다른 사람들 같으면 벌써 갈라서도 몇 번을 갈라 섰을텐데 말이죠...

가끔 청란이나 글에서 아내 핀잔주고 이 넘의 여편네라며 괜히 흉을 보던 그런거...

저의 진짜 마음은 이 여자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


그리고 오늘 결혼한 지 15년이 되는 날입니다.
밤새 눈이 많이 와서 걱정이었는데 낮에 활짝 갠 그런 날씨였지요.

오늘도 밤새 비가 날리고 찌푸렸던 날씨가 낮이 되면서 햇빛이 난다고 합니다.

여전히 가슴엔 늘 한덩어리 짐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오늘이 늘 즐겁습니다.
힘들다는거 어렵다는거 그런 걸 직접 보았고 또 지나고 있으니까요.


퇴근하고 같이 반지나 목걸이 하나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반지하나 선물한다는거 결혼기념일에 해달고 해서 이때까지 있었네요~ㅎㅎ

나에게도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ㅎㅎ
저는 그 애인이 지금의 아내여서 더 행복합니다.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참으로 죄인인 저는 지금의 이 행복에도 감사하며 또 열심히 그렇게 살아가겠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제 자신에게 다짐을 받고 또 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각...
아내는 제 옆에서 곤히 잘 자고 있습니다.
코를 드러렁 골면서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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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링스러브